‘도망친다는 말은 늘 비겁함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등을 보였다는 것, 끝까지 견디지 못했다는 것, 말하지 못했다는 것, 그렇게 책임보다 회피를 선택했다는 것.
하지만 사람은 앞으로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서 있다가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어설픈 도망은 풍경만 바꾼다. 도시를 옮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나를 잃게 만든 방식 그대로 살아간다면 결국 같은 곳에 서 있는 나를 보게 될 뿐이다.
나는 나를 조금씩 헐어가며, 너무 많은 것들에게 나를 내어주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또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그래서 도망쳤다. 그건 “너를 여기서 더 이상 잃어버리게 둘 순 없어”라는, 스스로에게 건넨 뒤늦은 속죄였다.
어떤 상실은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길이었기에.’

– 7월 1일의 일기 중에서.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에요!
지난 1년동안 많은 변화와 상실이 지나간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이 영상을 찍을 때만 해도, 그저 너무 많은 목소리들에서 잠시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새로운 관계들, 해야하는 일들, 수많은 목소리들 속에서 어느 순간 제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떠났습니다.
충동적으로 여행을 가고, 목적지 없이 걷고, 해야 할 일들을 미루며 읽고 쓰는 일에 몰두하며 살았어요.
처음에는 그저 모든 것에서 멀어지고 싶은, 도피에 가까운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이후에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고, 삶의 방향성과 정착에 대한 불안, 그리고 상실을 어떻게 안고 살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도피의 시간은 조금 다른 의미가 되었습니다. 막막하고 출구가 없다고 느껴졌을 때가 많았지만, 그 기록들 속에서 발견한 것들이 있었기에 다시 돌아와 그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사는 것이 버겁고, 자꾸만 내가 지워지는 기분이 들고, 계속해서 존재를 증명해야만 하는 삶에 지친 분들이 있다면 이 기록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영상으로 담지 않았던 여행의 기록들과 ‘제대로 도망 안내서(잘 걷고 읽고 쓰기, 그리고 도움이 되었던 책들)’를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항상 여행하며 이곳을 떠나 살 수는 없기에, 결국 다시 돌아와야 할 일상 속에서 틈을 만들어주었던 방법들을 함께 담았습니다.

댓글을 남기고 구글 폼을 작성해주시면 8월 1일까지 언제나처럼 작은 편지와 함께 메일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 제대로 도망 안내서 신청링크 : https://forms.gle/YtSEwYAwdJr4yDE99

여름밤,
Jade Sim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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